<시인평전> 박용래 약전(略傳) 7. 이문구

 

<시인평전>  박용래 약전(略傳) 7. 이문구

 

      난

      彩雲山

      민둥산

      돌담 아래

      손 짚고

      섰는

      성황당

      허수아비

      댕기풀이

      허수아비

      난.

 

 시 <마을>에서 엿볼 수 있듯이, 놀뫼와 나루, 논티(論山)의 들녘들은 그로 하여금 자연과의 일체감을 처음 터득하게 했던 본바닥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시의 씨앗을 받았다. 그리하여 그 씨앗들을 뒷날 대싸리, 모과, 능금, 이끼, 달개비, 민들레, 엉겅퀴, 괭이풀, 목화다래, 상수리, 수수이삭, 미류나무, 원두막, 바자울, 쇠죽가마, 잉앗대, 횃대, 멍석, 모깃불, 성황당, 옹배기, 목침, 베잠방이, 얼레빗, 실타래, 옥양목, 까마귀, 동박새, 반딧불, 베짱이, 소금쟁이, 물방개, 버들붕어, 메기, 쏘가리 등 우리 겨레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시어(詩語)로 영글어 양지바른 두메의 붙박이 정서를 자아내게 된다.

 그는 세번째 시집인 <백발(白髮)의 꽃대궁>을 엮은 서문에서 “하눌타리, 호박잎에 모이는 빗소리, 수레바퀴, 멍멍이, 빈잔 등은 내가 찾는 소재, 우렁 껍질, 먹감, 진눈깨비, 조랑말, 기적(汽笛), 홍래(鴻來) 누이 등은 내가 즐겨 찾는 소재. 옷을 깁고 싶다. 당사실 같은 언어로 떨어진 시인의 옷을 깁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토속적인 사물을 통해 흐려져가는 것들을 노래하노라면 얼핏 누추하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다. 하물며 물질신앙의 간증인 산업문화의 소화에 벅차 위궤양이 만연된 이 시대임에랴. 당사실로 호아놓이은 바늘땀처럼 일견 초연한 맵시로 속세의 알리바이를 행간에 갈무리하는 솜씨도 그 같은 시인의 고독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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