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박한 가치관은 큰 재앙이다
근세 우리 나라가 언제 조용한 날이 있었던가 싶지만, 요즘 처럼 가치관으로 국가의 기강이 흔들리는 것은 처음 같다. 나라가 못 살고 힘들어도, 국가가 옳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국민들은 참는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룰이 깨지고 정부가 도덕적으로 신뢰감을 잃으면 어떤 결과가 올지 생각해 봤는가. 아마 재앙에 가까운 비극적 결말이 될 것이다.
구 한말 나라가 위태로울 때도 우국충정을 외치는 선비들의 상소가 잇달았고, 일제치하에서도 수 많은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으로 몸을 바치고, 국권의 회복을 위해 투쟁을 했다. 국민들은 가슴속에 ‘우국충정’이 넘쳤다.
6.25전쟁은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에서 비롯된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전쟁이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수 많은 국민들의 희생과 UN의 도움으로 지켜진 것이다. 유신군사독재에 항거했던 역사도 민주주의 보다 경제 발전이 우선이라며 ‘민주주의를 유보한 독재’에 대한 항거였다. 몇가지 예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들은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제 나라를 아끼고 지키려는 맑은 정기가 있어서 그것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예산안 통과가 무엇이 그렇게 급했단 말인가. 국민들의 가치관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시급성이 어디에 있었다는 말인가. 솔직이 우리나라 예산안은 여야 합의에 의해서 제대로 통과된 적이 별로 없다. 날치기 예산 통과는 올 한해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볼 때 ‘예산안 날치기 자체’는 큰 문제가 이닐 수도 있다. 문제는 잘못을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정의로운 쾌거’였다고 강변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정말 쾌거였단 말인가.
대통령이 폭력을 쓴 한나라당의 김성회의원에게 격려 전화를 했다는 얘기는 국민들은 차라리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그런 지도자를 둔 우리 국민들 자신이 너무나 측은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가치관이 그렇게 천박하다니, 국민들의 자존심, 나아가서는,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가치관과 민족정기를 훼손하는 셈이 됐다. 재앙이라고 밖에 우리가 어찌 또 달리 표현할 말이 있겠는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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