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날메투리’가 뭡니까?

미당 서정주의 ‘귀촉도’는 언제 읽어도 절창입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입안에서 맵도는 음감이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대충 알겠는데, ‘귀촉도’라는 제목부터 시작해서, 시에 나오는 단어들의 뜻을 제대로 알기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물론 시는 논설과 같은 논리적인 글이 아니므로 앞뒤 어귀가 맞는 구체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스치는 정황의 구성만으로도 한 편의 훌륭한 시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육날메투리가 뭐지?’하고 깜짝 놀란 순간이 있었습니다. 개천절날 고창에 갔다가 모양성축제에서 본 메투리 때문입니다.

<사진1: 어르신들의 수공예 코너, 뒤에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사진2: 어르신들의 수공예 코너, 젊은 여자분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느 코너에 보니, 나이드신 어르신께서 손수 만드신 각종 수공예품을 팔고 계셨습니다. 자세히 보니, 짚신이며 바구니, 여자 손가방, 동물형상 등, 꽤 다양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이것저것 설명을 하시고, 어떤 젊은 여자분이 관심을 보였지만 직접 구매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 가운데 삼 껍질로 만드셨다는 ‘메투리’도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설명하시면서, ‘이것은 여덟날메투리야’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 ‘아! 육날메투리…’하면서, 미당의 ‘귀촉도’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진3: 어르신들의 수공예 코너, 삼껍질로 만든 메투리틀과 메투리>

여기에서 미당의 ‘귀촉도’의 시 전문을 보겠습니다.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三萬里).

신이나 삼아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사진4: 어르신들의 수공예 코너, 바닥의 날이 여덟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메투리는 ‘여덟날메투리’입니다. 메투리 바닥의 날이 여덟줄이라는 뜻입니다. 건장한 장정의 발바닥에 맞는 크기입니다. 그러니까 ‘육날메투리’는 젊은 여자아이의 발크기쯤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촉나라로 울면서 가는 사람은 누구였겠습니까. 여자였겠습니까, 남자였겠습니까.

 <사진5: 어르신들의 수공예 코너, 두 손가락에 반창고를 붙이셨습니다.>

시의 내용을 보면, 그것이 참 애매합니다. ‘…은장도 푸른날로 이냥 베혀서…’ 이것은 여자가 쓴 글 아닙니까.  도대체 화자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구분이 안 됩니다.  어떻게 생각해야 되겠습니까. 스토리를 맞춰보자면, 화자는 여자이고, 촉으로 가는 사람은, 여자처럼 작은 발을 가진, 남자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영월로 귀양을 간 어린 단종’쯤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시적인 모델로서 그렇게 상정해 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결론은 없습니다. 귀촉도를 읽는 하나의 방법, 또 하나의 취향을 말씀 드렸을 따름이지요. 시를 읽는 재미란 입안에 있는 눈깔사탕 처럼 이리저리 굴려 빨아먹는 맛 아닙니까.  제 말씀은 단지 그 뿐, 그런 정황이 생각된다는 것 입니다.

을하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