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 눈이 부셨습니다

부여에 다녀왔습니다.  먼저 국립부여박물관에 들렸습니다. 뜰에는 백일홍이 무더기로 심어져 있었습니다. 시골집 장독가에, 검정치마 흰저고리을 입은 듯, 수줍고 소박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언제 외국을 다녀왔는지, 머리칼은 색색으로 염색을 하고 캐주얼한 차림으로 떼지어 모여서 재잘거리고 있었습니다. 돌로 만든 백제의 사내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제 자리를 지키며 물끄러미 서 있었습니다.

너무 오래 망각속에 묻힌 이야기였을까, 박물관에 들어서면서, 우리 모두는 어느 사이에 옛기억을 되살려 보느라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면서, 조각이 난채 여기저기에 진열된 퍼즐들을  맞춰보려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우리는 어둠속을 헤메고 있었습니다. 막막한 기억은 방향도 소리도 없었습니다.  그것들은 사막의 오아시스 처럼 제가끔 멀찍이 떨어져서 희미한 불빛속에 존재해 있었습니다. 퍼즐 한 조각으로 남은 저 얼굴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암호을 풀 듯 바라보았습니다. 어디에서 갑자기 환호하는 듯한 함박웃음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우리는 곧 수 많은 질문들 속에  빠졌습니다.

“아! 저 모습이던가. 어디에서 본 듯한 저 얼굴이 수 많은 조각들로 부숴진 퍼즐속에 숨어있었던가. 아! 저 함박꽃 같은 웃음이었던가. 저 웃음이 우리에게 그렇게 암호처럼 신호를 보내왔던가. 우리들의 어디에 저 웃음은 숨어 있는 것일까.”

“저 미소는 어떻게 간직 된 것일까. 꽃씨는 어떻게 기억해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것일까. 꽃의 색깔은 물론 향기까지 고스란히 간직해서 토해내는 것일까. 우리도 꽃씨들 처럼 저 미소를 기억하고 간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 우리도 저 조그만 금동불 처럼 영원을 향한 미소를 띄울 수는 없는 것일까. ”

아무리 자문자답을 해 봐도 우리에게 누구도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역사는 깊이 묻혀버렸고, 우리들은 너무나도 오랫동안 망각속에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둘러봐도 바위와 나무,  멀리 구름을 밀고가는 바람 뿐이었습니다. “백마강이라니, 왜 지금까지 백마강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용의 미끼로 썼다는 백마를 기리는 것일까.”

역사는 승자의 것,  그럴리가 없었습니다. 역사는 제물을 필요로 할 뿐, 오래 제물을 기억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기려야 하는 것입니까. 우리에게는 남아있이 것은 박물관에 산산히 부숴져서 남아있는 퍼즐 조각들 뿐 아닙니까.  희미한 웃음들 뿐 아닙니까.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백마강을 내려갔습니다.  무엇을 기려야 하는지도 잊어버린 사람들 끼리 쌀쌀한 가을의 풍광을 즐겼습니다. 아니, 가슴속에 남아있는 풀지 못한 퍼즐 처럼,  풍광도 그냥 스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멀리 바라보는 것, 그런 것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저 어린이는 무엇을 보고 있을까요. 구름 뒤에서 빛나고 있는 햇빛 처럼, 우리들 뒤에서 함박웃음을 띤 백제의 빛나는 미소를 발견한 것은 아닐까요. 아니, 저 어린이의 얼굴속에 바로 백제의 미소가 빛나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요.  보십시요.

퍼즐의 어떤 실마리가 풀리시는 것 같고,  잊었던 백제의 눈부신 미소가 빛나는 것 같지 않으십니까.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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