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첩 사진’에 향기가 베일 듯 합니다.

봄이 오는 것을 먼저 느끼려고 대아리 수목원에 갔습니다. 온실에 매화는 벌써 져가고 있었습니다. 사진 몇 장으로 ‘매화첩’을 만들어 봤습니다. 매화 향기에 취해서 그런지 ‘매화첩’ 사진에도 향기가 베인 듯 합니다. 매화는 중국의 시인 육유(陸游)가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화는 일찍 한겨울 눈이 내릴 때 피어야 합니다. 누구는 봄에 피는 매화를 수백 그루 심었는데 매화의 멋이 없다고 베어버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요즘 매화는 대개 청매로 열매를 따기 위해서 심는 개량종입니다. 눈내리는 겨을에 일찍 피는 재래종 매화는 드뭅니다. 전주 경기전 경내에 몇 그루 있는데, 꺾꽂이하려고 꺾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큰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매화향기를 옛사람들은 ‘암향부동(暗香浮動)’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의 뜻을 몰랐었는데, 저희 집 뒤에 매화밭이 생기고 나서야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매화향기는 아침 저녁으로 짙게 납니다. 특히 날이 저물어 어둑어둑할 때 향기가 제일 강하게, 그야말로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김용준의 수필을 읽어봐도 매화꽃 구경은 달밝은 밤 저녁무렵에 간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어두울 무렵 향기가 떠돈다고 해서 ‘암향부동’이라는 싯귀가 있지 안나 싶습니다.

매화꽃을 한겨울에 보려면 분재로 가꾸어야 합니다. 그러나 매화를 분재로 즐기려면 정성이 보통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근래에는 서울대학교 미대 서세옥 교수가, 집을 연경당을 본떠서 지어놓고,  한 겨울에 매화꽃잔치를 벌이며 즐겼다고 합니다. 주인이 손님을 초대해 놓고 꽃이 피는 날자를 조정하는 것을 보면, 그 정성이 ‘눈물이겨울 정도’입니다. 개화 날자를 늦추려면 목욕탕에 뒀다가, 앞 당기려면 안방으로 모셔놓기를 반복합니다.  그것이 재미라고 한다면 취미치고는 고상한 편이라고 볼 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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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천배

    봄이 되기 무섭게 피어나는 매화는 그 부지런함을 배우고 싶고, 그 청초함도 배우고 싶고… 그 은은한 향기 또한 배우고 싶게 만드는 기품이 있습니다. 올해는 기필코 매화 보러… 낙동강 천*마을로 가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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