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어렵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접근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들다. 한자를 배우는 입장에서 보면, 무조건 어떤 암호같은, 기호를 암기하라고 강요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합리적인 설명없이, 아무리 수학공식 같은 것이라도, ‘무조건 외라’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줘야 된다. 한자를 그렇게 이해하려면 소위 문자학을 공부해야 한다. 허신의 ‘설문해자’를 읽어야 했다. 그러나 설문해자에는 한자를 이해하는 사전적인 역활을 할 수가 없을 만큼 오류가 많다. 그 이유는 최소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은허의 갑골문과 고대의 금문들이 발견되고 해독되기 이전에 책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허신은 그 당시로서는 최대한 자료를 모았겠지만, 갑골문과 고대 금석문 같은, 자료는 없었던 것이다. 근래에 번역되어 나온 ‘한자의 세계’라는 책을 추천한다. ‘시라카와 시즈카(白川 靜)’이라는 일본 사람이 쓴 책을 고인덕이 번역한 것이다. 거듭말하지만, 문제는 한자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와 시각이다. 이책은 한자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도 필요하지만, 한자를 웬만큼 아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아, 그게 그런 뜻이었던가?’하고 감탄하게 되는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분량도 많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말고 느긋하게 즐기며 읽어야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참고문헌들을 보니 대부분 일본책들이었다. 책 내용 자체도 철저하게 일본 중심이다. 일본사기나 만엽집 등을 예로 들었고, 일본 문화에 대한 자화자찬이 심하다. 그러나 한자의 뜻을 새겨보는 시각만은 탁월했다. 특히 서예하는 분들이 참고를 많이 해야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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