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 연못에 홍련이 핀 것을 보고 백련을 보려고 일부러 칠보에 갔습니다. 칠보에 가면 ‘태산선비문화사료관’이 있는데, 그 옆에 아담한 연못도 있습니다. 짐작했던대로 연못에는 백련이 한창이었습니다.
홍련은 향기가 텁텁하지만, 백련은 달콤하면서도 향긋합니다. 백련 향기는 이른 아침에 제일 짙고, 낮에는 조금 약해졌다가, 해질 무렵에 다시 약간 강해집니다.

백련을 우리가 단순히 희다라고 하지만, 직접 가까이에서 보면, 그것은 정말 눈이 부시도록 흽니다. 흰 연꽃이 역광을 받아서 연잎 사이사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노라면 ‘선경(仙景)이 따로 없다. 바로 저 모습이 선경(仙景)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연꽃의 아름다움은 혜원 신윤복(1758 – 1813)의 ‘여속도첩(女俗圖帖)’에 있는 ‘연당여인(蓮塘女人)’이 최고이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연못가에 화류계 여자가 담뱃대를 들고 생황을 불다가 물끄러미 연꽃을 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쓱쓱 연꽃을 그렸는데, 연꽃의 아름다움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 조그만 화폭속에, 피려는 꽃과 이미 흐드러지게 핀꽃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핀 꽃과 피려는 꽃은 그 아름다움이 서로 비교가 되어 묘한 흥분을 느끼게 합니다. 핀꽃도 아름답지만, 피려는 꽃도 아름답습니다. 피려는 꽃도 아름답지만, 핀꽃도 아름답습니다. 그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아름다운지는 비교하기가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에게 비유한다면 ‘아줌마와 처녀’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쪽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십니까.막 피어어르는 아가씨의 청초함과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아줌마의 너그러움은 아름다움의 성격이 같지 않습니다. ‘미적 컨셉의 방향’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완성된 아름다움’과 ‘가능성의 아름다움’의 차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피려는 꽃과 핀꽃’의 차이는 김치로 말하면 ‘생김치와 익은 김치’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삽상하고 신선한 맛과 감칠나고 농익은 맛을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요즈음은 제대로 익은 무우김치를 맛보기가 쉽지가 않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이제 땅에 묻은 김장김치의 시원한 맛은 먼 기억속에만 존재하게 됐는지도 모릅니다. 옛날 얘기가 떠오릅니다. 어느날 제가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자네는 배추김치와 무우김치 중 어느 쪽이 더 맛이있다고 생각하나?”아무래도, 무우김치쪽이라고 해야겠지…’김치맛을 아는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 어떻게 대답을 할까 고민을 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우넬리우스’ 그리고 ‘스타인웨이와 뵈젠도르퍼’를 비교하는 얘기가 그것과 비슷합니다.스트라디바리우스는 성품이 온화하고 성실해서 생활이 안정적이었다고 합니다. 크레모나에 있는 공방에 바이올린을 만드는 전나무와 단풍나무들을 넉넉하게 비축하고 그때그때 좋은 나무를 골라서 썼다고 합니다.과우넬리우스는 다릅니다. 생활이 불안정하여 자주 여기저기로 떠돌았던 모양입니다. 악기를 만들기 위한 목재도 그때그때 구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어떤 때는 악기를 만드는 ‘뽄(몰딩)’도 없어서 바이올린 앞판에 있는 두 개의 ‘f’자 모양의 구멍이 좌우 대칭이 되지 않게 짝재기로 깎여진 바이올린이 있다고 합니다. 즉 최고의 명기라는 ‘과르넬리우스 델 제수(예수의 과르넬리우스)’ 중에도 자세히 보면 f -구멍(f-hole)이 짝재기인 바이올린이 있다고 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색이 여성적으로 곱고 매끈하지만 과우넬리우스의 남성적인 표현의 다양성은 넓다고 합니다. 그러니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취향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피아노도 그렇습니다. 스타인웨이의 음색이 곱다면 뵈젠도르퍼의 음색은 깊이가 있다고 합니다.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짝들은 많이 있습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를 그렇게 짝으로 볼 수도 있겠고, 모짜르트와 베토벤도 하나의 짝, 이태백과 두보도, 다 묘한 짝들을 이룹니다.
<향 기>
바람도,
바람에 흔들렸던 연꽃도,
무슨 수작들인지 몰랐을 것입니다.
향기도,
향기에 취한 잠자리도,
뜻을 알고 있을까요.
당신은
무엇의 형상화인지,
어떻게 여기 계신지.
모든
물상은
어둠에 젖은데
당신의
은은한 향기,
어디서 옵니까.
기억은,
흑백, 모노크롬,
노랗게 스러진다지요.
그
향기는
어디로 갑니까.
2013. 7. 15
을하

잘 읽었습니다. 백련이 청초합니다.
저는 올해는 덕진 연못에 한 번 갔었는데, 사진기를 두고 가서 연꽃 한 컷도 못 찍었군요. 학교 수목원에 한 번 갈까 생각만 하다가 말고…이제 철이 지나버렸습니다.
작년에 찍은 사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