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이 춘분절이었습니다. 집사람이 수술 후 회복하느라고 머물고 있는 김포에 가려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콜택시는 주변에 차가 없다는 응답이 왔고, 큰 도로에 있는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버스 시간을 모르는채 차를 기다리자니, 쌀쌀한 날씨에 발도 시럽고, 지루했습니다. 그때 발 밑을 보니 파란 새싹들이 돋았는데, 발에 밟힌 모양이 장미꽃 같이 예뻤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한 컷 찍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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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3월 23일 아침 일찍 다시 서울에서 내려오는 고속버스속에서 스마트폰속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봤습니다. 사진을 보다가, 집사람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먹고 있던 머핀 봉지에 펜으로 몇 자 적었습니다.
그 때는 왜 그랬는지, 계속 민들레라고 했다가, 뒤늦게 질경이라고 고쳤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여러 군데를 고쳤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글자 찾기’라고, 또 다른 시도 한 편 썼습니다. 무슨 시가 됐을런지,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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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절
당신 계신 김포에 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땅바닥에 납작 업드린
질경이 새순을 봤습니다.
발에 밟힌 모습이
장미꽃 모양과 비슷했고,
애써 새 봄을 맞은
당신을 닮기도 했습니다.
언 땅에서 온기를 느끼며
돋은 새순들의 푸른 빛깔은,
모든 병에 항복문서를 쓰고,
면역억제제를 맞아가면서,
수술을 마친 당신 같았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오늘이 춘분절입니다.
낮이 길어지는 절기처럼,
기쁨은 날마다 늘어나고
아픔은 줄어들기 빕니다.
(2014.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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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찾기
글자를 땅에 썼다 숨긴 후
서로 찾는 놀이가 있습니다.
양철을 둥굴게 구부려
땅바닥에 글자를 팠고,
파낸 글자를 다시 메꿔
흔적없이 다졌습니다.
놀이에 골몰하다가
엉덩이를 부딪쳤고,
깔깔대며 뒹군 건
엊그제 일 같은데,
버드나무 물 오르는
지금쯤이 틀림없는데,
친구들 얼굴도, 이름도,
무슨 글자를 썼는지도,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기억찾기 놀이입니다.
(2014. 3.23)
을하

박용래 시인의 눈물 젖은 얼굴이 떠오르는 시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