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녁 만리포해수욕장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한 어린이가 살아서 바둥거리는 고기를 한 마리 들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왔습니다. 갯벌 호미를 든 어린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젊은 분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그 뒤를 따랐습니다. 좀 떨어져서 어떤 분이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그물로 고기를 잡고 계셨는데, 그 어르신으로부터 얻은 모양 같았습니다.

숭어를 들고 대견해 하는 어린이
어린이의 아버지는 그렇게 흐믓할 수 없는 표정입니다.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어, 숭어구나”
“아니예요. 참숭어예요”
어린이는 물고기의 이름을 잘 모르는 듯 했습니다. 물고기의 이름이 숭어 가운데 참숭어인 줄은 모르고, 참숭어가 물고기의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등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아들과 아빠
아빠와 함께 포즈를 취하게 하여 스냅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마음속으로 ‘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았으면 저렇게 나눠줬을까.’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많이 잡으셨으면 나도 몇 마리 얻어서, 술안주할 횟감도 구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도 들었습니다.

해수욕장에 그물로 고기를 잡는 모습
어르신께 다기가서 고기를 담아둔 통을 들여다 봤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고기통 속에는 달랑 작은 물고기 한 마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어른신께서 물고기를 딱 두 마리를 잡으셨는데, 그 중 큰 물고기를 그 어린이에게 주셨던 것입니다. 어르신께 인사로 고기가 잘 잡히느냐고 여쭈었습니다. ‘물이 차서 그런지 잘 안 잡힙니다.’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사진4: 마음이 너그러우신 충청도 어르신
물고기를 잡으시는 방법은 20m쯤되는 그물을 해수욕장 모래밭에 쳐 놓고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면서 물고기가 그물에 걸리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물을 쳐 놓은 위치도 조수가 빠져나가는 맨 끝쪽이 아니었습니다. 주로 잡히는 어종인 숭어의 습성을 고려한 까닭인지 해수욕장 모래밭의 3분의 2쯤 되는 곳에 그물을 쳐 놯습니다. 숭어가 밀물을 타고 왔다가 썰물 때 돌아가는 길목에 그물을 쳐 놓은 것 같았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고기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하시는 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숭어를 딱 두 마리를 잡아서 그 가운데 큰 것을 낯 모르는 어린이에게 선뜻 넘겨주시는 어른의 훈훈하신 마음이 감격적이었습니다.
달랑 조그만 숭어 한 마리만 들고, 저녁 햇살을 받으며, 귀가하시는 어르신 주위에 어스름하게 광채가 번지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 어린이들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즐겁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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