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피아노 리사이틀

마에스트로 정명훈(1953 –     )이 지난해 해설을 곁드린 피아노 리사이틀 전국 투어를 갖었는데 그 녹화 필름을 봤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마에스트로가 모처럼 피아노 앞에 앉게된 것도 아들의 요청과 권유 때문이라고 한다. 선곡도 어린이나 젊은 사람들을 배려했는데, 드뷔시의 ‘달빛’으로 시작해서 쇼팽의 발라드까지 편안하고 감미로운 곡들이 이어졌다.

마에스트로 정은 참 소박하다. 형제 자매들이 미국에서 학교에 다닐 때, 마에스트로의 가족은 뉴욕에서 식당을 하면서 학비를 마련했다고 한다. 가족 모두가 틈이 나면 식당일을 거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마에스트로 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져있다. 두 아들이 결혼하면, 마에스트로 부부와 두 며느리까지 합쳐서, ‘8인을 식탁(불어로 뭐라고 하던데…)’을 직접 차리시는 것이 꿈이라고 얘기하시는 것을 들을 적이 있다.  언젠가는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께 스파게티면과 직접 만든 도마토소스를 선물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추기경께서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입이 양쪽 귀에 걸리게 웃으셨다.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했던 때가 벌써 40년전이나 되는데, 그때에도 나는 느린곡을 좋아했어요. 차이코프스키콩쿨에 나갔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빠른 곡들을 쳤는데, 나는 느린 곡을 쳤어요.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가운데 ‘가을의 노래’인데, 러시아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곡이었어요. 40년이 지났지났지만, 한번 쳐보겠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곡이 끝나자 이어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를 앵콜로 쳤다. 어른이 치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어른이 읽는 동화와 같았다. 어린 소녀가 치는 청순한 느낌이 아니라, ’60살이 넘는 노년의 애써 오래된 청순함을 기억하는 듯한, 쓸쓸함속에 꽃향기가 풍기는 듯한’ 연주였다.

“….저희 어머님이 책을 쓰셨는데, ‘꿈을 펼쳐라’였습니다. 마지막 곡으로 슈만의 ‘꿈’을 치겠습니다.”

그렇게 마에스트로 정의 리사이틀은 슈만의 ‘꿈’처럼 여운을 남기고 끝났다.

어느 글에선가, 마에스트로의 아버님은 경기도 능곡에서 교회 목사이셨고, 어머님 고 이원숙여사는 이기붕 전부통령의 누이동생이라고 했다. 마에스트로 정이 치는 뵈젠도르퍼 피아노의 음색이 또한 일품이었다. 스타인웨이의 음색이 가볍고 윤기가 나는 것에 비하여 뵈젠도르퍼는 음색이 약간 어두우면서 진지한 품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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