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유적이나 건축양식을 살피고,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을 찾아 가 볼 수도 있다.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박물관이나 도서관 동식물원, 각종 공연 전시장, 공원 등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도시에 현대식 운동장과 어느 정도 규모의 컨벤션센타가 있는지, 교향악단이 있으면 그 수준이 어떤지도 알아 봐야 한다. 축구단 야구단 은 어떤지, 우리 삶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는 다양다. 그렇다면 서점, 헌책방은 어떨까. 헌책방도 그 도시의 중요한 문화적 요소요,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사진: 인터넷 헌책방 ‘book445.com’
전주시의 예를 들자. 전주는, 경주’와 함께, 천년의 향기가 번지는 ‘전통문화도시’라고 한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지, 한옥마을 등, ‘전통’을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전주는 호남평야의 풍부한 물산으로 다양한 전통문화가 발전, 전승되어 온 도시다. 그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전주의 문화 컨텐츠가 ‘완판본’으로 일컫어지는, 출판문화가 융성했던 도시라는 것이다. 수요는 공급을 창출한다. 윤택한 삶이 책을 필요로 했고, 질 좋은 한지가 만들어졌으며, 인쇄 출판 되었다.

사진: 인터넷 헌책방 ‘book445.com’
한지의 수요을 감당하기 위하여, 전주 흑석골에는 대규모 한지 재생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헌 한적을 물에 풀어 먹물을 빼내고 재생한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른 얘기지만, 흑석골 한지 재생공장은 가람 이병기 선생께서 자주 들리셔서 간혹 폐기 직전의 귀중한 전적들을 구해내기도 하셨다는 일화가 있다. 하여튼 1970년대만 해도 전주에는 헌책방들이 즐비했다. 동문거리에 가면, 도로 양편으로 줄잡아 열 두어 집은 됐던 것 같다. 지금 동문거리에는 헌책방이 네 곳 정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 많던 헌책방들은 어디로 갔을까. 대부분 없어졌다.

사진: 헌책방 ‘book445.com’
근본적으로 공급은 수요가 있어야 한다. 헌책방들이 사라진 이유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든 탓이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태가 그대로 반영 된 것이다. 요즘도 헌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대부분 퇴임하신 학교 선생님들이시다. 지금은 인터넷 헌책방이 뜨고 있는 중이다. 컴퓨터가 일상 용품이 됐고, 택배업체가 늘어나서 배송이 쉬워진 것도 하나의 이유다. 문제는 헌책을 수거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누가 책을 모아다가 갖다주는 이도 없고, 아파트 관리소 등에 부탁하여 이삿집에서 수거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헌책방도 하나의 관광자원이다. 역사가 깊은 도시, 오래 된 헌책방에 가면, 교과서 속에서만 읽던 옛날 책들이 그대로 있기도 하다. 재래시장에 가서 백반을 먹어보고, 헌책방에 가서 꽂혀있는 책들을 보면 그 도시의 ‘쌩얼’을 그대로 볼 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