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서울에서,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싼, 시레기국밥을 먹어 봤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TV 프로가 그런대로 재미있습니다. 몇 십회를 계속하고 있고, 더러, 황금시간대에 방영되기도 합니다만, 소재가 궁해졌는지, 별별 얘기가 다 나오고 있습니다. 최불암 선생이 구수하게 나레이션을 하면서, 인간극장인지 숨은 오지 탐방인지 구분이 안되게, 얘기를 모으곤 합니다. 어느 장면에서 최불암 선생이 시레기국밥집 소개를 하는데, 화면 한 쪽에 ‘ x x 악기’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짐작으로 봐서 언뜻 서울 낙원상가 근처 같았습니다. 서울에 올라간 길에, 12월 28일, 낙원상가에 들렸습니다. 볼 일을 마치고, 낙원상가 근처의 국밥집에 친구와 함께 들어갔습니다. 빈 탁자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이리저리 서성거리니, 주인이 “자리가 많은데 왜 아무데나 앉지 그러냐”고 했습니다. 그 집은, 합석이 당연하고, 아무데나 앉아도 괜찮은 집이었습니다. 앉자마자 국과 밥을 갖어 왔습니다. 다른 메뉴는 없고, ‘국밥 2000원’만 벽에 써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했기 때문에 밥은 물리고, 술국으로, 시래기국만 두 그릇 앞에 챙겼습니다. 반찬은 깍두기 단 하나뿐이였습니다. 친구와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둘이 소주 두 병을 마셨습니다. 도중에 술국이 식어 국만 한 그릇 더 시켰습니다. 나올 때 계산하려니, 모두 8000원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된 계산일까 궁금했습니다. 한참을 궁리한 끝에 계산을 맞출 수가 있었습니다. ‘국밥 2000원’이라는 말은 ‘국이 1000원, 밥이 1000원’이라는 뜻이였습니다. 시레기국을 3 그릇 먹었으니 3000원, 소주 두 병이 2500원씩 5000원, 그래서 8000원을 받았던 것입니다. 시레기국은 국물이 돼지 뼈를 고았는지 구수하고 배추시레기가 부드럽고 맛이 있었습니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서,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 진 : 백반 한 상 모습 (전주 팔복동 삼성자동차써비스센타 구내식당)
하루가 지난 오늘 12월 29일, 또 별난 곳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집 사람 승용차 뒷문이 안 열려서 전주 팔복동에 있는 삼성자동차 써비스센타에 갔습니다. 수리는 11시 40분쯤에야 겨우 끝났습니다. 차를 몰고 나오다가 구내식당 생각이 났습니다. 갑자기, 언젠가 무슨 반찬을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이 났던 것입니다. 차를 유턴해서 공장으로 다시 돌아 갔습니다. 구내식당에 들어서니 탁자마다 미리 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혼자 와서 미안한데요, 어디에 앉을까요?”하고 물었습니다. 텔레비젼 앞에 물건들이 놓여있는 탁자를 가리켰습니다. 물건을 치우더니 쟁반에 반찬을 챙겨오셨습니다. 혼자 먹을 때는, 반찬을 상에 옮겨 놓지 않고, 쟁반채 놓고 먹습니다. 새우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된장시레기가 일품이었습니다. 국은 쌀뜬물로 끓인 무우국이었습니다. 갈기(작은 바다게)조림도 있었고, 시금치나물, 콩나물무침, 서리태콩자반, 들깻잎장아찌, 배추김치, 어느 반찬이나 한결같이 입맛에 딱 맞았습니다. 그런데 식사를 거의 마치면서 슬며시 걱정이 들었습니다. 현금이 5만원 짜리 한 장뿐인데, 음식값이 얼마나 된다고, 카드로 계산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이것밖에 없다면서 5만원짜리를 냈습니다. 아주머님께서는 두 말씀 안하시고 4만 5천을 거슬러 주셨습니다. 백반 한 상에 5천원이었던 것입니다. 아 참, 그 구내식당에서 옛날에 맛있었던 반찬이 생각났습니다. 두릅나물이었습니다. 끝물 두릅이라, 보기에 엉성해서 사람들이 잘 몰라봤습니다. 그러나 구내식당 반찬으로 나오기는 아까운 ‘두릅된장무침’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새삼스럽게 생각을 했습니다.
“아하, 음식이란 비싸다고 꼭 맛있는 것이 아니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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