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 추워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은 더 추웠습니다. 바람이 불고, 눈이 사방으로 날리면, 고향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그런 밤에는 박용래(1925 – 1980) 시인의 시가 좋습니다. ‘겨울밤’이라는 시입니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1953. 12. >
시인은 강경읍에서 낳고 자랐다고 합니다. 강경 중앙보통학교와 강경상업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몇 편의 시에 부여가 고향인 듯한 구절이 있어서 궁금했습니다. ‘발목을 걷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이 그렇고, “눌더러 물어볼까 나는 슬프냐 장닭 꼬리 날리는 하얀 바람 봄길 여기사 부여, 고향이란다 나는 정말 슬프냐.(‘고향’ 전문,1960.3)”가 그렇습니다. 궁금증은 연보를 자세히 드려다니 풀렸습니다. 아버지의 고향, 즉 가향(家鄕)이 ‘충남 부여군 부여면 관북리 70번지’였습니다. 아버님을 따라서 부여에 갔겠지요.

사 진 : 장욱진 삽화
엊그제 시를 써봤습니다. 어린 시절을 정리해 보려고 하는데 어렵습니다.
마실 길
동지 지나면 호랑이 꼬랑지
짧아지고, 볏단만큼 씩
해가 길어진다고 했었다.
만경 강변 질퍽한 들녘
기차 소리로 시간은 알고
전기는 초저녁만 들어왔다.
무 가닥 둥둥 뜬 숭늉 양푼
메주 냄새 찌들은 낡은 벽지
책력 대신 한 장 국회의원 달력
통일호 갔으니 집에 가야지
고샅이 꼬들꼬들 해졌을까
더 놀다 가, 다음 기차까지
고무신에 기운 양말
버선처럼 신고, 진창길
더듬더듬 다녔던 마실 길
<2016. 1. 17>

사 진 2 : 장욱진 삽화
‘호랑이 꼬랑지’에 대해서 말씀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언제 한문을 ‘아는 척’했었던지, 어떤 분이 ‘虎短兎長(호단토장)’이 뭐냐고 문제를 냈습니다. 옛날 사람들이 즐겼던 일종의 ‘문자놀이’입니다. ‘동지가 지나면 해가 길어진다’는 뜻이랍니다. 어떻게, 그렇다고 짐작이 되십니까? 새벽 4시는 ‘인(寅)’이고, 6시는 ‘묘(卯)’입니다. 동지가 지나면 일출 시간이 묘에서 인으로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토끼 꼬리는 길어지고, 호랑이 꼬리는 짧아진다’고 한 답니다. 그 분이 답은 바로 알려주지 않고, 슬슬 힌트만 주면서 놀렸습니다. 그 것을 살짝 시에 인용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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