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남녘으로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전주에서, 남원은 너무 가깝고, 내친김에 여수까지 갔습니다. 남녘 끝 바닷가, 오동도 동백꽃이 궁금했습니다. 전주에서 여수까지, 기차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1시간 30분쯤 소요 됐습니다. 전주역에서 11시 41분 출발하는 새마을호를 탔더니, 여수에 13시 10분 도착 도착하였습니다. 시내로 가서 ‘게장백반’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시장 구경을 하고, 끄들끄들하게, 꾸덕꾸덕하게, 말린 ‘민어’와 ‘조기’를 몇 마리 샀습니다. 3시쯤에, 기차역 근처, ‘여수아쿠아엑스포’를 찾았습니다.

여수아쿠아엑스포는, 동절기이기도 했지만, 일부 시설만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수족관과 흰고래 쇼와 약간의 이벤트가 마련된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 시간 남짓 둘러보니, 더 이상 구경할 것이 없었습니다.


엑스포 구경을 마치고 여수역에 가니 아직 기차시간이 한 시간 넘게 남았습니다. 무료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합실에 관광안내서와 함께 책이 몇 권 있었습니다. 아동도서가 대부분이었고, 개인 시집 몇 권, 문예잡지가 딱 두 권뿐이었습니다. 그것도 2013년도에 나온 여수지역 문예지 한 권과 전남문학 창간호 한 권이었습니다.

전남문학 창간호에는 전남문학을 개관하는 어느 평론가의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에 인용된 시들이 놀라웠습니다. 거기에 소위 ‘여수순천 반란사건’이 있었고, 5 18 광주 민주화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잡지를 어디에서 구할 수도 없을 것 같고, 몇 편의 시를 스마트폰으로 찍었습니다.



여수에 동백꽃 소식을 보러 갔다가, 기차역 대합실에서 자투리 시간을 때우다가, 뜻밖에 문학 탐방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가”하던 일이 생생하게 살아있었습니다. 그 아들 딸, 조카들이 아직도 시퍼런 칼날같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남녘 끝 바닷가, 여수에는 동백꽃보다 더 붉은 피 맺힌 사연들이 아직도 숨을 죽인 채 날이 선 채 빛나고 있었습니다.
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