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소치 그림의 ‘화제(畵題)’ 얘기입니다.

오래 전에 유럽에서 출간 된 북한 문화재 도록을 인터넷(ebay)에서 구입했었습니다. 북한 ‘중앙역사박물관’에 소장된 예술품들을, 긴 논문 형식의 해설과 함께,  그 당시 수준으로는 정성을 드려서 만든 일종의 화집입니다. 얼마 전 제가 잘 아는 화가 한 분이, 24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전주로 낙향을 했습니다. 화집에 있는 자료가 그림의 소재가 될 듯도 싶어서, 낙향을 환영한다는 뜻을 담아, 그 도록을 드렸습니다.

사 진 1: 도록 뒷 표지화

말씀 드린 그 도록의 표지화는 허소치의 모란그림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그림이 좋은데, 그림에 덧 붙여진 ‘화제’가 무슨 뜻인지 한문 글자를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라도 알아 볼려고 사진을 찍어 뒀습니다.

사 진 2: 도록 앞 표지화

모처럼시간을 내서 읽을 수 있는 글자들을 조합하여 인터넷에서 시를 검색 해봤습니다. 그 내용이 <흠정일하구문고 권 90>에 나와 있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4고전서>를 비롯한 고전 문헌들을 디지털화하고 있는데, 그 덕택으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그림은 분명히 소치 선생이 그렸지만, 화제는 중국 시인의 시를 인용했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도 중국의 문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었다는 뜻인데, 요즘처럼 인터넷 검색이 불가능했을 옛날에는 어떤 글이 누구의 것인가 알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도록을 만들었던 사람들도 시의 내용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화제에 있는 시의 뜻을 알았다면 앞표지와 뒷표지의 그림을 바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집을 만들 당시에, 서양(첵코?) 사람들이 자문을 구했을 텐데, 소치의 화제를 해석할만한 인문학적 역량이 북한에는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중앙역사박물관 학예사(?)도 물론 몰랐을 것입니다.

을하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