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밀양 표충사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진해에 살고 있던 딸집에 갔던 길에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작년, 2017년 8월이었으니, 벌써 꽤 되었습니다. 표충사는 내륙 깊숙히 있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전화를 당하지 않고, 오히려 승병을 이르켰던 호국사찰로 유명합니다.

진홍 스님으로 부터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에 대한 일화를 들었습니다. 스님은 요즘 유행하는 ‘TV 예능 프로’에 나가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설명을 자세히 하셨습니다. 목소리까지 바꿔가면서, 1인 드라마를 연출-연기 하셨습니다.




표충사를 다녀온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잊지 못하는 것이 누정입니다. 하회에 있는 병산서원의 만세루에서 느낄 수 있는 감흥을 표충사에서도 만끽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누정에 중생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부처님께서도 흐믓하게 여기시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충사를 들렸을 때가 작년 8월초였습니다. 멀리서 보니 영산홍이 곱게 폈습니다. 분명 영산홍이 필 때가 아닌데, 매우 이상스러웠습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백일홍꽃잎이 영산홍 위에 떨어져서 그렇게 보였던 것입니다.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꽃이 저렇게도 필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것은 하나의 훌륭한 깨달음이였습니다. 우리가 늙어서 꽃을 피울 수는 없다면, 저렇게라도 활짝 꽃을 피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름다움을 가까이 하면, 우리 온몸에 꽃비가 내리고, 온통 꽃으로 치장한 듯한 황홀함이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것과 똑 같겠다고 여겨져서 마음이 대단히 기뻤습니다. 연초에 서울에 몇 일 머무르면서 그 기억을 시로 몇 자 적어 봤습니다.

환 생
배롱꽃이 떨어지다가
영산홍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저버린 꽃나무 위에서
지는 꽃이 잠시 머뭅니다.
배롱꽃이 영산홍 되고
영산홍꽃이 배롱꽃입니다.
밀양 표충사 이승의 뜰에서
먼 저승의 일을 봤습니다.
이웃한 생명들이 살을 맞대고
서로 환생하고 있는 모습 아닙니까.
(2018. 1. 8)
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