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세월의 끝자락에서

 

 한 해가 저뭅니다. 춥고 낮이 짧아졌습니다. 옛날 사람들에게 밤이 길어지고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무섭고 불길한 징조였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흉악한 마법에 걸린 줄로 알았습니다. 낮이 길어지는 것은 절기상 축복이었고, 동지는 마법이 풀리는 새해의 시작이라고 봤습니다. 마법은 그냥 풀리지 않았습니다. 눈보라치는 소한 대한을 지나 입춘을 뒀고, 봄은 한참 뒤에 왔습니다. 모든 선물에는 보답이 필요합니다. 추위와 어둠은 그것을 재촉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구 곳곳에 흩어져 살던 생명들은 생존을 위하여 진화를 합니다. 진화는 자기 변신입니다. 간절한 소망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한 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것이 진화라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세월의 끝자락에서 지나간 일들을 돌이켜 보는 것도 새롭게 진화하고 변신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다보면, 좋은 일들도 많았겠지만, 아쉬웠던 일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어떤 일들은 지금이라도 고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회복할 수가 없는, 물리적으로 정정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습니다. 생존해 계시지 않는 분이 꿈에 보이면 며칠 동안 그 분 생각이 끊이질 않고 생각이 납니다. 어떤 분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안 계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절감하곤 합니다. 엊그제도 옛날 군산여고에 함께 근무했었던 김윤철 교장선생님이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습니다. 저의 가족은 물론이고 주위에 계셨던 분들 가운데 이 세상에 계셨을 때 잘 해드렸어야 하는데…”하고 안타깝고 후회가 되는 일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지내는지 염려해주시고 걱정해주시던 보답을 영원히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렇게 슬픈 일인 줄 몰랐습니다. 어떤 것보다 살아계실 때 고맙다는 말씀이라도 드려야 했습니다.

 

사람은 생각해 볼수록 참으로 고귀한 존재입니다. 어떻게 진화해서 이 광막한 우주를 헤아리려고 하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려고 하는지 영물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날의 우주는 현대 물리학으로 유추해서 계산해보면 138억 년쯤 전에 생겼다고 합니다. 우주가 생긴 때부터 빛이 138억년 동안 퍼진 공간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광막한 공간과 시간에서 사람은 단 한 번만 유일한 존재로 머물다가 스러지고 맙니다. 그런 인간 존재의 소중함을 무엇에다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미미한 존재들이 망원경을 만들고 무한을 가늠해보고 문명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잖습니까. 인간이 인간을 핍박하고, 어떤 사람들은 평생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은 비극입니다. 자신의 능력에서가 아니라 부모 잘 만나서 큰 소리 치고 사는 불공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 아닙니까.

 

인간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받은 천부의 존엄성은 동등하지만 인간이 갖는 품격은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서 각각 다르게 형성이 된다고 보여 집니다. 자연의 섭리인지 진화를 위한 인간의 의지가 작용된 의도적인 변신인지도 모르겠지만, 각양각색의 성향들을 인간들이 타고나지만, 그 시대의 존경 받는 품격을 갖추는 것은 각각의 인간 자신들의 몫이라는 얘기입니다. 교육을 받을 균등한 권리는 보장 되어야겠지만, 진화론적으로 볼 때, “자기 스스로의 자신의 교육에 대한 욕구도 중요할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과 각자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갖추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무슨 대학을 몇 년 다녔다고 해서 평생 동안 훌륭한 품격을 지닐 수는 없습니다. 정규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자기 스스로 노력하고 가꾸어서 드높은 경지까지 올라서신 분들이 곧 성현들 아니시겠습니까.

 

우리는 삶에 대한 꿈을 새롭게 가꿔나가야겠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가 과연 어떤 모습인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제대로 품격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최고 수준의 를 누리려는 것이 얼마나 보기에 흉하고 부끄러운 일인 줄 깨달아야 합니다. 자신의 노력이 포함되지 않은 정도 이상의 보상은 애초부터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떻게 남의 노동을 무상으로 받아서 호화로운 주택에서 호의호식하길 바란다는 말씀입니까.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무국에 소금만 넣고 먹어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옷이 남루하다고 부끄러워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내면의 품격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우리들 삶과 꿈을 소박하고 알차게 가꿔 나가도록 합시다. 누가 나보다 더 어떠하다고 부러워하지도 맙시다. 스스로의 내면을 호사스럽게 꾸며 나갑시다.

 

우리 시대의 소명과 흐름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여러 사람들 의견을 골고루 들으셔야 합니다. 보고 듣는 것을 그대로 고스란히 믿어서는 안 됩니다. 수학이나 과학이 필요한 것은 우리들의 오감을 믿지 않고 논리와 실험으로 검증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은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트럼프의 미군주둔비용 과다 요구, 아베의 군국주의화 시도, 등등 국제정세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국회와 정치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난장판과 다름없습니다.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소명의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정치가들이 설친다면 그들은 범죄자들이나 다름없습니다. 세월의 끝자락에서 온 세상이 깊은 어둠에 빠지고 있는 듯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듭니다. 그런 마법들이 절기상의 동지가 지나면서 차차 풀리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겨울의 추위만 견디면 그 어느 해보다 내년 봄은 더 화창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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