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땀으로 흥건히 젖는 채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갓 돌 지난 외손녀가 식구들이 밖에 나갈 낌새를 보이자 마스크부터 들고 나왔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참으로 슬펐습니다. 지금은 어떤 최첨단기술제품보다 우리들에게 마스크가 더 유용하고 필요한 것이 됐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당장 믿을 수 있는 것은 달랑 마스크 한 가지뿐이지 않습니까. 언제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우리 인류는, 태어나서 죽음에 이를 때까지, 평생 마스크를 써야할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첨단 기술들은 더욱 발달은 하겠지만 우리들의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청동기시대쯤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와 세탁기 같은 것은 계속 더 좋은 제품을 쓸 수가 있겠지만, 국제노선과 같은 장거리 항공기를 타려면 반드시 산소호흡기와 닮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될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어느 시대나 끊임없이 전쟁과 질병은 있었습니다. 1900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눈부시게 발달한 과학문명으로, 전쟁은 종잡을 수 없는 대량학살로 바뀌었고, 각종 질병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파되는 양상으로 달라졌을 뿐입니다. 옛날 중국 서부 오지에서 발생한 페스트가 유럽까지 전파되어 번지는 데는 200년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코로나19는 어땠습니까. 지구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는데 불과 몇 달이 소요 되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핵을 안 쓸 것이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정치지도자라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핵을 보유하고도 터트리지 않을 정치지도자를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우리 인류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기후변화까지 현실화 된 상황에서,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가운데 제일 귀하고 뛰어나다.”라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장(靈長)’이라는 말이 묘합니다. ‘영혼’이나 ‘정신’, 그런 것을 갖고 있는데, 이 세상의 모든 것들 가운데, 그것이 뛰어나다는 의미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 사람이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뛰어난 것일까. 솔직히 “모든 인간이 만물의 영장(靈長)이다.”인 것 같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파를 타고 알려지는 얘기들을 보면, “무슨 사람이 저래!”라고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럴 때는, “아! 인간이 인간이라는 종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향으로 진화하는구나!”하고 그 때마다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일부 정치가와 종교인들의 행태를 보면서는, 저들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가 몇 가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옛날 세계 각국에서 군사독제체제로 부터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일반 국민들의 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 즈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느니,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등, 끔직한 표현들이 오고 갔습니다. 얼마 전, “민주주의는 겸손을 먹고 자란다.”라는 새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정곡을 찌른 지적으로 보였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어떤 크고 작은 정치인들 가운데에도, 겸손한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내가 꼭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치고, 잘 하는 사람 보셨습니까? “나보다는 누가 더 잘 하니까, 그 사람을 시켜야 된다.”라며, 서로를 추천하고 아끼는 겸손함이 아쉽고,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존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남들이 시키는 대로, 그 사람의 부속물처럼, 남의 삶을 살아서야 어떻게 아름답게 살았다고 말 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기 분수에 맞게, 자신을 가꾸고, 각 자 자신의 내면을 호사스럽게 꾸며 보십시오. 남들이 읽은 책을 얘기로만 듣지 말고, 직접 읽어보기도 하고, 여러 비슷한 내용들도 함께 검토하여, 자신 나름대로 옳고 그름을 짐작할 수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봐야 합니다. 생각은 한 없이 유연해야 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가능하면 원자재부터, 그 근원부터, 되짚어서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쉽게 무엇을 받으면,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어렵게 더 많이 갚아야 됩니다. 불로소득 좋아하지 말고,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소득으로 자립하고, 주변도 살펴봐야 합니다.
연초부터 수도권 아파트 값 폭등에 대한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을 두고 정치권을 비롯하여 나라 전체가 시끄러웠습니다. 지난여름 장마는 어느 해보다 유난히도 길었습니다. 예년에는 비가 내리지를 않다가, 이번에는 많이 내리다 보니, 댐의 수위조절을 제대로 못하여, 엄청난 물난리를 겪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는 주춤 하는가 싶더니, 8.15 광화문집회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번져서, 지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위기2.5단계’가 발효 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는 아직 출구가 안 보이는데, 공공의료인력 확충의 필요성에 따라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려는 정부정책에 반대하여, 전문의들은 무기한 집단 휴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공상과학영화의 결말처럼,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 스스로의 자정능력과 원초적인 직관에 따른 출구전략에 마지막 희미한 기대를 걸어 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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