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저들도 저들의 잘못을 알 것 입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봄철에 씨앗을 뿌려 여름 내내 가꾼 것들을 거둬들여서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때입니다. 어느 해에는 바람이 온화하고 비가 순하게 내려 비교적 풍요로운 가을을 맞는가 하면, 어떤 해에는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렵게 맞는 가을도 많았습니다. 나라 안팎의 일들이 순조로워서 사람들의 살림살이가 윤택해지면 인심도 훈훈해지고 덩달아 학문과 문화도 번창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그런 소박하고 분명한 진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세상 사는 것이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은 인간들의 탐욕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멧돼지들이 저들 양껏 배를 채우고도 남은 고구마밭을 다 헤집어 놓는 것 같은 탐욕이 우리 인간들에게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에 서로가 도우며 살았던 기억은 차츰 희미해지고, 주체할 수없이 많이 가진 사람들과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의 명암만 너무나 뚜렷해졌습니다.

 

엊그제 광주민주화운동당시 무차별 민간인 학살의 책임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장례식이 어떤 규모로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해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록 대통령을 지내기는 했지만, 국가전복내란죄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반역자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고심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만, 결국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국가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잘 살펴보면, “대통령으로서 업적이 꽤 있으니 국가장으로 하되, 분명한 반역자이므로 국립묘지 안장은 안 된다.”는 뜻 같았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수천억원에 가깝던 추징금을, 상황이 비슷한 전두환에 비하여, 상당량 성의를 다하여 납부했었던 점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이 광주 518민주열사묘원을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서, 사죄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노태우와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들이 대법원에서 똑같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죄명을 찾아봤습니다. 꽤 길었습니다. “반란수괴반란모의참여반란중요임무종사불법진퇴지휘관계엄지역수소이탈상관살해상관살해미수초병살해내란수괴내란모의참여내란중요업무종사내란목적살인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이었습니다. 실로 하나하나의 죄목들이 한결같이 어마어마하지가 않습니까? 전두환은 사형까지 확정되었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고, 당시 여당과 야당의 대통령 후보들, 이회창김대중이인제, 모두 두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그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사면이 이뤄졌습니다. 반란의 수귀들은 지금까지, 발포 명령을 한 책임자 등을 밝히지도 않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용서를 바란다.”가 전부일 뿐입니다.

 

저는 잘못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혹시 잘못이 있었다면, 용서하십시오.”노태우식의 사죄였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한 술을 더 떴습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대통령을 더 할 수도 있었는데, 단임으로 끝내 줬었다.”라며, 큰 업적이라고, 자랑합니다. 이솝우화에 늑대가 훔쳐 온 생선을 허겁지겁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린 얘기가 떠오릅니다. 두루미에게 보물을 주겠다 약속하고, 목에 걸린 가시를 빼줬을 때, 두루미에게 보물을 주기는커녕, “너는 네 목이 내 입 안에 있을 때 너를 삼키지 않은 것을 고맙게 생각해라!”라고 했답니다. 기가 찰 노릇입니다. 군대를 동원하여 무고한 민간인들을 무차별 학살했던 저들이 저들의 잘못을 모를 까닭이 없습니다. 이번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서 유족이 추천했다는 장례위원 가운데, 노재봉 등, 몇몇 가증스러운 인물들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아마 아차!” 싶었을 것입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며 어렵게 반민족 친일 인명사전을 만들면서 여러 얘기가 있었습니다. 유종호(1935 – ) 교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친일 행위 규정은 시대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가령 시인 김상용의 경우, 꽃집으로 호구지책을 삼다가 일제 말기에 영혼의 정화3편의 글을 쓴 것을 놓고 친일 명단에 올리는 게 공정한 일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식량 공출과 징용에 열을 올린 관리들의 친일이 무거운 것은 자명해도, 거기에 비해 문학이라고 할 수도 없는 허드레 저급 선전문건을 쓴 문인들을 중죄인 취급하는 것은 형평성 없는 가혹한 저울질이라고 봤습니다. 친일파로 낙인이 찍혔던 서정주(1915-2000)에 대해서도 당시 미당의 친일 문서가 아무런 울림이나 영향력을 갖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했었답니다. 그 시대 상황을 잘 살펴보면 우리가 이해해줘야 할 일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야 대통령 후보들이 곧 결정이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세계 어느 나라들과 비교를 해봐도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고 있는 듯합니다. 우선 언론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어떤 후보가 무슨 얘기들을 하든 각종 매체를 통하여 곧바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검증이 그만큼 쉬워졌습니다. 끝까지 염려되는 것은 처음부터 어떤 불순한 의도를 갖고 특정 정파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 복이 이것밖에 없단 말인가!” 한탄하지 말도록 합시다. 정치가들이 아무리 표를 좋아한다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몇몇이 그랬듯이, “역사의 죄인들을 저들 멋대로 평가하는 것은 저들도 그들과 똑같은 부류라는 것을 뜻합니다. 저들이 저들의 잘못을 모를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유가족이 추천한 장례위원을 살펴봅시다. 군사독재 부역자들이 거기 그대로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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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전북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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