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들을 저 스스로 되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듣는 귀가 얇아서 남의 말에 쉽게 휘둘렸던 것은 아녔던가.”라는 것이 이일 저일 가운데에서 제일 후회스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고, 몇 다리 건너서, 남의 얘기만 듣고 이러쿵저러쿵 휩쓸렸던 일들이 참으로 후회스럽더라는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당장 앞으로 며칠만 지나도 “내가 그때 왜 그랬던가? 무슨 귀신이 씌워서 그런 사람을 찍었단 말일까!”라며 ‘이 손가락을 지지고 싶다.’라는 등등,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어찌하겠습니까. 다시 5년을 더 기다려야겠지요. 자업자득입니다. 영장류는 모두 갖추고 있는 어떤 감각을 자신만 유일하게 갖은 양 착각하는 인간들의 자만심이 빚은 비극 아니겠습니까?
어찌 되었든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현재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잘 작동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왕이면 더 품격이 높은 훌륭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았으면 좋았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름대로 제도와 절차를 따른 결과이고 보면, “아, 대통령은 그렇게 뽑는 것이구나!”라면서, 우리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누구든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본인을 지지했었든지 안 했었든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우리 국민’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 종주국들이라고 자처하는 몇몇 나라들이 거의 내전에 가까울 정도로 국민이 갈기갈기 나뉘어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잖습니까. 모두 저급한 정치가들이 갖가지 퇴폐적인 방법으로 각계각층의 분열을 선동한 결과들입니다. 그들은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같은 엉터리 주장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잘 안 쓰이는 촌스러운 표현이지만, ‘감나무에 올라가면 감이 잘 안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간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면, 막상 대통령이 되면 국정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풍수를 잘 보신다는 최창조 교수가 언젠가 “누가 대통령이 되어 청와대에 들어가면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는데, 그것은 청와대의 뒷산인 북악산 지세 때문인 것 같다. 북악산은 청와대에서 바라보면 대단히 크고 우람하게 보이는데, 조금만 떨어져 광화문에서만 봐도 그렇게 장엄하게 보이지를 않는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얘기입니다만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래서 그랬던 것인가.’라며 고개가 갸우뚱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보기에는, 크게 권위적이지 않고 참모들에게 밀리는 듯한 모습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어느 편이 됐던, 정치가들이 측은하게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저 사람들이 꼭 저래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렇게라도 안 할 수 없어서 그랬었겠지만 길거리에서 소리치고 손을 흔들어댄다고 사람들이 표를 찍어주겠습니까. 제일 가관은 이름께나 있었다는, 또는 이름께나 있는, 사람이 갑자기 대통령 선거기간에 어느 진영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선거 결과가 곧 나올 텐데, 국회의원 비례대표라도 기대하는 것일까, 춥고 가난한 사람이 혹시나 하며 즉석 복권을 사서, 동전으로 긁어보는 듯, 초라함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진즉에 어느 쪽 편에 붙던지, 아니면 선거가 끝나고, 진 쪽이든, 이긴 쪽이든, 어느 진영이 됐던 확고한 소신으로 품위 있게 참여했으면 싶었습니다. 정치인이 되어 꼭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면 평소에 무엇보다 행동으로 먼저 보여줘야 합니다.
세상이 어수선합니다. 봄이 왔는데도 누가 선뜻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반가워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오미크론이라는 코로나19의 변종이 골목까지 퍼졌습니다.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빨갛게 색깔이 있다면 세상 곳곳에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한 붉은 모습이 선명할 듯합니다. 새로운 일상생활이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이제 오미크론 감염자가 생겨도, 중증 환자가 아니라면, 자택에서 격리하여 치료해야 한답니다. 만약에 대비하여 저의 집도 엊그제 약국에 가서 코로나 진단 키트와 몇 가지 감기약을 종류별로 샀습니다. 이제 믿을 것이라고는 백신접종과 마스크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마스크도 얼마 전까지 아무것이나 쓰고 다녔습니다만, 지금은 KF80 또는 KF94를 찾아 쓰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은 두어 달은 지나야 벗어난답니다. 미국의 빌 게이츠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곧 생겨날 것이라는 우울한 예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인터넷으로 헌책을 둘러보고 적지 않게 구입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쩍 책 욕심이 많아졌습니다. 그 좋은 책들을 어렸을 적부터 많이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쉽곤 합니다. ‘주경야독’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책을 읽는다.’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먹고 살아갈 만큼은 반드시 일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하다가 보면 마음이 떳떳해지고 몸은 더 건강해지는 듯합니다. TV에 무작정 무엇을 먹기만 하는 프로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출연료를 받다니,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됩니다. 일을 안 하고 어떤 보상을 받는 것은 누군가에게 혜택을 입는 것입니다. 받으면 돌려줘야 합니다. 주어진 일들을 하고,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자신을 위해서 별도로 무언가 쌓아가는 것이 있는, 그런 삶을 꿈꾸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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