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겨울, 어떻게 맞으십니까
몇일 날씨가 춥습니다. 지난 주말 김장도 마쳤고, 거실에는 장지문을 다시 달았습니다. 여름에는 떼었다가 겨울이면 다는 보온용 덧문입니다. 엊그제 얇은 한지를 새로 발랐더니 문살에 비친 햇살이 눈이 내린 듯 곱습니다.
겨울입니다. 거실의 창을 열면 그 무성하던 파초잎이 봉두난발입니다. 별 수가 없습니다. 한 동안 우리는 김장 김치들 처럼 지내야 합니다. 배추속 오색양념들 처럼 호화로운 꿈이나 꾸며 아름답게 익어야 합니다.
어떻게 겨울을 맞으셨습니까. 저는 어린시절의 고향생각이 났습니다. 저의 고향은 익산 춘포입니다. 어느 여름밤, 만경강 대보뚝에 누워 수 많은 별들을 보았습니다. 참으로 경의로웠습니다. 저는 그 경의로운 세상이 영원할 줄 믿었습니다. 그 시절은 그렇게 갔었고, 저는 고향을 떠났습니다.
겨울이 되면 온갖 꽃들이 시듭니다. 사람의 머리카락도 나이가 들면 쑥빛으로 바뀝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기억도 느낌도 희미해 집니다. 겨울을 맞는 느낌도 해 마다 달라집니다.
무엇이 잘못됐던 것입니까. 어떻게 그 아름답던 계절이 눈 갑짝할 사이에 지나갔던가 꿈만 같습니다. 아쉬웠던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엇인가를 항상 잊고, 정신없이 산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이 계절, 시들고 퇴색하는 것이 꽃들만이 아닙니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더욱 슬프다는 얘기입니다. 조락의 계절, 어디서 어떻게 맞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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