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종시 수정은 잘 하는 것인가?

정치칼럼 <시민시대> 2009년 12월호

             “세종시 수정은 잘 하는 것인가?” 


                               이 홍 종 정치학박사/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공공기관 등의 지방 이주를 골자로 하는 혁신/기업도시 건설이 지지부진하다는 주장이 지난 11월 22일 제기됐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부산, 대구, 울산 등지의 10개 혁신도시 보상율은 99.2%에 달하지만 공사 추진율은 19.6%에 그치고 전체 43개 공구 가운데 4개는 아예 공사가 착수되지도 않았다.

혁신도시에 입주할 예정인 157개 기관 중 부지를 매입한 곳은 농수산물유통공사, 경찰종합학교 등 8개에 불과하고, 광주/전남의 공동혁신도시에 이전하기로 돼 있는 한국전력은 올해 관련예산을 확보하고도 부지매입을 미루고 있다. 기업도시 6곳의 진척 상황도 ▲공사착공 3곳(원주, 충주, 태안) ▲개발계획 승인 2곳(무주, 무안) ▲개발계획 신청 1곳(영암/해남) 등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유치한 기업이 한곳도 없다고 강 의원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강 의원은 광주의 R&D특구, 대구와 충북의 첨단복합의료산업단지, 전북의 새만금 개발계획 등이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려고 막대한 인센티브를 주게 되면 지방으로 입주한 기업들마저 세종시로 가겠다고 나서는 `블랙홀’ 현상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세종시에 이전할 기업들과 대학, 병원 등을 위한 특혜 조치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땅값을 거의 거저 수준으로 내리겠다, 그 땅의 개발권한도 주겠다, 법인세·소득세를 수년간 면제하겠다”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도 대기업들이 감히 기대조차 못했던 파격적 특혜들이다. 규제도 다 풀어주고, 땅값도 거저이고, 세금도 면제받는데 가고 싶지 않은 기업이 있겠는가? 순전히 땅 장사만 해도 남는 장사다.

세종시 수정은 과연 옳은가? 행정도시는 세종시로 옮기는 것보다 공항이 있는 남해안 도시나 공항을 건설할 가능성이 높은 밀양 정도로 옮겨야 한다. 왜냐하면 부산과 같은 지방에서 보기에는 세종시도 “사실상 수도권”이다. 대한민국의 완전한 ‘서울공화국’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방은 거의 봉기를 일으킬 정도이다.

서울에 사는 많은 대학생들이 “사실상 수도권”인 경기도, 충남, 충북, 영서 지방에 있는 대학교들에 까지 통학을 하고 있고 그러한 대학교들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울에서 오고 있다. 매일 아침 서울의 잠실, 양재동 등에서는 수백 대의 버스들이 “사실상 수도권“의 대학교들에 통학시키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정부가 세종시 계획 변경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서울대학교 제2캠퍼스 안까지 등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세종시에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고려대학교 등 세 대학교가 올 경우 6천명까지 정원을 증원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수도권이 아니기 때문에 국립대학교이든, 사립대학교이든 교수 비율 등의 조건들 만 갖추면 법적으로 캠퍼스 설립이 가능하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안으로 ‘교육과학기술도시’를 내세우고 있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서울대학교 제2캠퍼스와 중이온 가속기의 세종시 이전 검토를 연결시키고 있는 점을 보면 서울대학교 제2캠퍼스 안은 상당한 현실성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정원 증원을 통한 서울대 제2캠퍼스 안은 문제가 많다. 국가의 백년대계와 관련된 대학 정책을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따라 멋대로 뒤집는 것부터 문제다. 세 대학교의 정원 증원 안은 지방의 대학교들을 완전히 고사시키는 안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동안 대학교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들어 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했다. 실제로 과잉 중복 투자된 우리나라의 대학교들은 최근 학생 수 감소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제2캠퍼스 안이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의 지방 이전 문제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방안의 하나로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다. 수도권 집중의 핵심 원인 가운데 하나인 서울대학교의 지방 이전이 상징적 분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의 이전은 서울대학교 전체나 서울대학교 상당한 부분의 이전을 의미했다. 지금 안은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수도권 집중 해결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되면서 고사 직전에 있는 지방대학교들을 더욱 질식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영리병원까지 세종시에 허용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들과 대학교들, 병원들의 세종시 이전 리스트를 발표하겠다고 한다.

유수의 대기업과 대학 등이 줄줄이 들어서는 도시와 9부2처2청의 행정기관‘만’이 이전하는 도시를 조작적으로 대조시키는 양자택일을 놓고 여론을 재보자고 할 것이다. 그 속에서 애초부터 세종시의 본질인 국토균형발전은 고려에 들어있지 않다.

영남이나 호남에서 보기에 행정도시가 영남이나 호남에 안 온다면 서울에 있는 것 보다 세종시로 오는 것이 차라리 낫다. 조금이나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

그러나 현 정부는 정권재창출 실패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를 수정하려고 한다. 여러 번 말을 바꾸어 교육과학기술도시로… 물론 기업과 대학들이 집중될 수 있는 융합도시로…

세종시 수정이 원만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청와대 직속 위원회를 청남대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폐지)을 도서관 등이 들어가는 시민들의 휴식/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과 같이 좁은 나라에서, 그리고 인테넷 등 정보화가 제일 발달했다는 나라에서 행정도시를 서울에서 옮기면 안 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서울공화국을 가속화시키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피해들과 지방과 지방의 대학들이 죽어가는 문제점들을 간과한 잘못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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