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누가 연주회를 망치게 했었나’

 뉴욕필이 사상 최초로 연주를 도중에서 중단했다는 깜짝 소식이 있었다.  어쩌다 그런 일이 생겼을까, ‘우려 반 호기심 반’으로 뉴욕타임스를  봤다.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벨소리는 마침내 멈췄지만, 부끄러움을 그치게 할 버튼은 없다(Ringing finally ended, but there’s no button to stop shame)’ .

객석의 맨 앞자리에 앉아서 휴대폰 벨을 않끄다니, 세상에 그런 몰상식한 사람이 있나. 나도 그랬지만, 아마 기사를 읽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을 죄를 졌어도, 역시 당사자의 사정도 들어 봐야 한다. 과연 그랬다.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그런 일은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에라도 갑자기 당할 수 있는 재앙이라는 것을 느꼈다.

지난 1월 10일 화요일 저녁. 뉴욕필의 연주회는 에버리핏셔 홀에서 열렸다. 에버리핏셔홀은 말만 들어도 감동적인 음악회장이다. 에버리 핏셔 홀은 음향기기 업체 사장을 기리기 위해서 지은 이름이다. 핏셔회사의 제비가 그려진 로고는, 멕킨토시와 함께, 막 피어난  하이파이 스테레오 앰프의 1960년대 총아였다. 그 즈음 뉴욕필하모니의 음악회장을 새로 지었는데 음향이 안좋았다.  오죽했으면 멀쩡한 음악회장을 ‘찢으라(tear off)’고 했겠는가.  미국 사람들은 실제로 그 건물을 찢었다. 그 때 회사를 통채로 팔아서 건축비를 댄사람이 ‘에버리 핏셔’이다.

그 날  음악회는 음악 감독인 아랑 길버트(Alan Gilbert  1967 –   )의 지휘로 구스타프 말러( 1860 – 1911)의 교향곡 9번을 연주했다고 한다. 말러의 교향곡은 대부분 길다. 뉴욕필이 그 날 연주했다는 9번도 연주시간이 80분 가량이나 된다. 사건은 교향곡 9번의 4악장, 마지막 몇 마디를 연주하는 순간에 일어났다. 곡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극도로 조용한 피아니시모로 연주되는 순간, 객석의 맨 앞 자리에서 아이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마림바 소리로 레오나드 번스타인의 멜로디였다. 마림바는 나무로 만든 아프리카의 타악기이다. 실로폰과 같은 모양으로 연주도 그렇게 한다. 지휘자 길버트가 고개를 돌려 그 사람에게 신호를 했다. 그러나  벨은 계속 울렸다. 마침내 길버트는 연주를 중단했고, 그 때서야 벨소리도 멈췄다. 청중들은 지휘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고, 곧 연주를 계속하여 곡을 마쳤다고 한다.

아랑 길버트는 부모가 모두 뉴욕필의 단원이었다. 어릴 때부터 뉴욕필의 리허설이 있을 때면 음악회장에서 놀았다. 모든 악단원이 ‘악단의 꼬마(newyork-phills kid)’라고 하며 길버트를 귀여워 했다. 바이올린을 켰고, 하바드대학을 나왔다. 아마 길버트였기 때문에 그 날도 연주를 중단할수 있었고, 청중들이 더 많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기사에는 졸지에 범죄자가 된 그 아이폰의 주인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후원자 X’라고만 했다. 그는 60세 – 70세 사이의, 회사를 2개 경영하고 있는 신사라고 한다. 평생 고전음악 애호가로서,  20년 이상 뉴욕필의 후원자라는 것이다. 그는 연주회가 있던 날 회사에서 휴대폰을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꿔 받았다. 그런데 그 새 아이폰은 진동으로 놓아도 시간을 알리는 알람은 울리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 사실을 집에 돌아가는 차속에서 부인이 발견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자신을 뒤돌아 봤다.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언제 어디서나 그 사람과 같은 재앙를 맞을 수가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셉 콘래드가 쓴 ‘로드 짐’이라는 소설이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선원들을 먼저 구하지 않고 탈출했다는 소문과 죄의식에 사로잡힌 평생을 먼 항구로 떠도는 사람의 얘기다. 그렇다. ‘후원자 X’, ‘로드 짐’ 모두가 어떻게 보면 우리 자신들일 수가 있다. 우리들은 전자기기의 기능을 잘 모르는 채 쓰고 있다. 알람을 어떻게 끄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음악이 연주되고 있는 중에 마림바가 울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직 하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도 언제 ‘부끄러움을 끌 버튼도 없는’ 그런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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