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담> ‘ 허튼 소리 하라시는 분부’

 

 용인 서쪽 마을에 허튼소리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삼태기를 메고 시골 양반 앞을 지나가는데 시골 양반이 말을 걸었다.

“너, 내게 허튼소리 한번 해보아라.”

“신소리, 허튼소리가 다 한가할 때 일입니다. 지금 환곡 타러 가는 마당에 그런 소리 할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환곡을 내준 게 엊그젠데 무슨 환곡을 또 준단 말이냐?”

“생원님은 듣지도 못했습니까? 사또가 상경할 일이 생겨 미리 내어준다고 오란 소리를 아까 면임(面)이 해주던데요.”

 시골 양반이 집 하인을 급히 보내 환곡을 받아오게 했더니 창고 문이 열리기는커녕 창고 마당에 파리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내주는 환곡에도 한도가 있지 한 달에 열 번씩이나 내주겠소?”

하였다. 하인이 머쓱해져서 돌아와 주인에게 말하였다. 시골 양반이 그 자를 불러서 허튼소리 한 것을 꾸짖었더니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허튼소리 하라는데 안 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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