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미어의 그림 생각납니다.

오늘 새벽시장에는 봄나물이 많이 나왔습니다. 노지에서 자란 나물들이 나오기 시작하니까 비닐하우스에서 가꾼 것은 도시 아이들 처럼 희멀겋게 보였습니다.  쑥도 노지에서 캔 것이 향기가  훨씬 짙습니다. 노지에서 캔 쑥은  묵은 김치를 쫑쫑 썰어넣고 국을 끓이면 쑥 향기가 확 납니다.

아주머니들이 봄나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가족들에게 향긋한 봄의 냄새를 전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입니다. 지나가시던 아주머니 한 분이 저만치 가다가 뒤돌아 보셨습니다. 무슨 미련이 있었던 것일까요. 어쩌면 삼삼한 봄나물국을 좋아하는, 지금은 타지로 나간, 자녀들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지나쳐 가다가 다시 돌아봅니다. 언뜻보니, 남들은 정신없이 장사에 바쁜데,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가 어중띠게 서 계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카메라를 바짝 들여대고 사진을 찍어대니 계면쩍어서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저렇게 막무가내로 사진 찍는 것을 보니,  프로는 아닌 것 같았고, 제게는 그 모습 자체가 구경거리였습니다.

아주머니의 모습이 유명한 명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사진을 찍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우아하고 무슨 명화의 주인공 같았습니다.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은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닮았고, 인디고블루의  푸른 모자는, 얀 베르미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머리수건 그대로 였습니다 다소곳한 표정이 왠지 쓸쓸해 보이셨습니다. ‘모나리자’가 포즈를 취하고 난 다음의 모습을 보셨습니까.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소녀’가 포즈를 취하고 난 다음의 모습도 보셨을리가 없겠지요. 포즈를 취하고 난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십시오. 무척 쓸쓸해 보입니다. ‘모나리자’도 ‘소녀’도, 포즈를 취하고 난 다음의 모습이 저 아주머니처럼 쓸쓸해 보였을까요.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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