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언각비 43> 아무리 하소해도 메아리가 없다
바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간절하다 못해 처절한 염원과 고대조차도 묵살한 채 그저 묵묵부답이다. 지금까지도 기적은커녕 아무런 응답조차 없다. 그저 이따금씩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주검뿐이었다. 어느 봄날 수백의 무고한 목숨들이…
바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간절하다 못해 처절한 염원과 고대조차도 묵살한 채 그저 묵묵부답이다. 지금까지도 기적은커녕 아무런 응답조차 없다. 그저 이따금씩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주검뿐이었다. 어느 봄날 수백의 무고한 목숨들이…
때 이르게 봄이 쳐들어왔다. 모두들 봄더위라고 했다. 허니 꽃들이 수선을 피웠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망울들을 방싯거렸다. 때는 이때다 싶었겠지. 허나 이것이 정상은 아니다. 날씨마저 미쳤다. 꽃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으랴. 절기가 흐트러지고…
‘절실하면 스승이 찾아온다.’ 스승이자 벗처럼 지냈던 선배로부터 심심치 않게 들었던 얘기다. 아주 오래전 철부지 스무살 무렵이었다. 그때는 그 말을 무심코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사실이지 그즈음 처지는 절박했는데도 대응은 천하태평이었다. 어지간했다.…
“도를 밝히는 사람은 많지만 도를 몸소 행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치를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치를 깨닫는 사람은 드물다.(明道者多 行道者少 說理者多 通理者少)” 다소 무겁다. 뜬금없이 웬 곰팡내 나는 언설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바나나 문제’란 새로운 용어가 관심을 끈다. 어떤 아이가 “‘바나나’라는 말은 할 줄 아는데 어디서 끝나는 지는 몰라”라고 말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a가 거듭 반복돼 쓰이는 철자법 때문에 헷갈린 탓이다. 바나나…
사람 사는 세상은 때로 상식을 뒤집어서 생각해야 할 때가 있다. 가장 좋은 기계가 가장 졸렬한 제품을 만들고 가장 나쁜 기계가 가장 훌륭한 제품을 만든다. 거의 드문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어쩌다 그런…
단순한 예로 얘기를 시작한다. 한나라 소후(昭侯)가 술이 취해서 잠이 들었다. 전관자(임금의 冠을 맡는 내시)는 소후가 추울 것 같아서 옷을 덮어줬다. 소후는 잠이 깨서 기뻐하며 물었다. “누가 옷을 덮어줬느냐?” 다들 전관자라고…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엔 새로운 족속들이 등장했다. 이른바 ‘애프터족’이다. 바로 성형열풍이 만들어낸 인공형 인간이다. 성형열풍은 얄궂은 흐름이다. 하나의 유행이 불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덤벼드는 우리네 습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행이라기엔 지나쳐도…
오물로 가득찬 통에 포도주를 한 숟가락 넣으면 오물이 된다. 포도주로 가득한 통에 오물을 한 숟가락 넣어도 오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요는 오물이란 단 한 줌만으로 수백 배의 유익한 것들을 더럽힌다는…
불현듯 현이 없는 거문고가 떠오른다. 줄이 메워진 거문고도 다루기는 만만치 않다. 헌데 느닷없이 웬 줄 없는 거문고란 말인가. 줄 없는 거문고는 작금 정신없이 바삐 사는 우리들이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생각거리다.…